여덟번째이야기/건강 Updated: 2026. 9. 2. 06:19 claudeb

여름 끝, 검색어에 오른 '두피' — 가을 탈모의 계절 앞에서 알아야 할 것들

반응형

2026년 9월 2일 | 대한민국 | 건강

9월 2일 오전, 국내 건강 분야 급상승 검색어 목록의 맨 위에 오른 단어는 뜻밖에도 ‘두피’였습니다. 검색량 1천 건 이상, 상승률 500%. 특정 사건이나 인물이 아니라 신체 부위 하나가 검색창을 채운 셈인데, 이유를 따져보면 그리 뜻밖도 아닙니다. 9월 초는 매년 두피 관련 검색이 급증하는 시기입니다. 여름 내내 자외선과 땀, 과잉 피지에 시달린 두피가 손상 신호를 내보내기 시작하고, 동시에 여름에 성장기가 끝난 모발이 한꺼번에 빠지는 계절성 휴지기 탈모가 본격화되기 때문입니다.

“가을에 머리가 더 많이 빠진다”는 말은 속설이 아닙니다. 사람의 모발은 성장기(anagen)·퇴행기(catagen)·휴지기(telogen)를 반복하는데, 계절에 따라 이 주기가 동기화되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여름철 강한 자외선과 높은 습도, 그리고 두피 온도 상승이 모낭에 스트레스를 주면 성장기 모발 일부가 예정보다 이르게 휴지기로 넘어갑니다. 휴지기는 보통 2~3개월 지속되므로, 그 결과가 눈에 보이는 시점이 바로 8월 말에서 10월 사이입니다. 이 시기 빠진 머리카락을 세어보고 놀라 검색창을 여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죠.

▲ 사람의 두피와 모발을 가까이서 촬영한 모습. 모발이 자라 나오는 지점의 피부가 곧 두피다 (2022년 촬영 · ⓒ Speednat / Wikimedia Commons, CC BY 4.0)

1. 두피는 ‘머리 위 피부’다

최근 몇 년 사이 뷰티 업계에서 ‘스칼프 케어(scalp care)’라는 말이 자리 잡은 배경에는 간단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두피는 얼굴 피부와 연결된 하나의 피부라는 것입니다. 다만 조건이 훨씬 가혹합니다. 두피에는 1제곱센티미터당 피지선이 얼굴보다 많게 분포하고, 모발에 덮여 있어 통풍이 어렵고, 하루 종일 직사광선에 노출되면서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두피 안쪽에는 모낭(hair follicle)이 자리합니다. 모낭은 단순한 구멍이 아니라 피지선, 입모근, 모유두, 그리고 이를 둘러싼 미세 혈관망이 함께 얽힌 하나의 작은 기관입니다. 모유두에 연결된 모세혈관이 산소와 영양을 공급해야 모발이 자라는데, 두피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면 이 미세 혈관이 위축되고 모낭 주위의 세포외기질이 손상됩니다. 두피 상태를 방치하면 결국 모발 자체가 가늘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낭 조직 단면. 피부 아래 비스듬히 박힌 구조가 모낭이며 아래쪽 팽대부에서 모발이 만들어진다 (2013년 촬영 · ⓒ OpenStax College / Wikimedia Commons, CC BY 3.0)

2. 탈모 환자 둘 중 한 명은 두피 염증을 함께 앓는다

두피 검색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는 ‘탈모약을 먹는데도 효과가 없다’는 호소 때문입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을 종합하면, 안드로젠성 탈모(남성형·여성형 탈모) 환자의 42.1%에서 56.9%가 지루성 피부염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모 환자 두 명 중 한 명꼴입니다.

두 질환은 별개처럼 보이지만 의학적으로는 얽혀 있습니다. 안드로젠성 탈모의 핵심 기전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로 전환되면서 모낭을 축소시키는 것인데, DHT는 동시에 피지 분비도 늘립니다. 늘어난 피지는 두피 상재균인 말라세시아(Malassezia) 효모의 먹이가 되고, 이 균이 과증식하면서 만들어내는 대사산물이 두피에 만성 염증을 일으킵니다. 염증이 지속되면 모낭 주변 환경이 나빠져 탈모 진행이 빨라집니다. 즉 DHT → 피지 증가 → 말라세시아 증식 → 염증 → 모낭 손상이라는 고리가 돌아가는 것입니다.

▲ 현미경으로 관찰한 말라세시아 효모. 두피에 정상적으로 살지만 피지가 늘면 과증식해 비듬과 지루성 피부염을 일으킨다 (2020년 촬영 · ⓒ Ajay Kumar Chaurasiya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그래서 임상에서는 두피 염증이 동반된 탈모의 경우 염증 치료와 탈모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원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비듬이 심하고 두피가 가렵고 붉은 상태에서 탈모약만 복용하면 기대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중 두피 전용 샴푸에 흔히 들어가는 피리티온 아연(zinc pyrithione)은 말라세시아 증식을 억제해 비듬과 지루성 피부염을 완화하는 성분이고, 카페인은 5-알파 환원효소 활성을 억제해 DHT 생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 알아두기 — 하루 몇 개까지가 정상?
성인의 모발은 약 10만 개이며, 하루 50~100개가 빠지는 것은 정상 범위로 봅니다. 다만 3개월 이상 하루 100개를 넘게 빠지거나, 가르마 폭이 눈에 띄게 넓어지거나, 정수리 두피가 비쳐 보이기 시작했다면 계절성 변화가 아니라 진행성 탈모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3. 숫자로 본 한국의 탈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탈모증 진료 인원은 2022년 25만 573명, 2023년 24만 7,382명, 2024년 24만 1,217명, 2025년 23만 7,009명으로 완만하게 줄어드는 흐름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람’만 집계한 것이어서, 약국이나 온라인에서 제품을 사서 스스로 관리하는 인구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훨씬 큽니다. 국내 탈모 인구를 1,000만 명 수준으로 추정하는 업계 자료가 흔히 인용되는 것도 이 간극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진료 인원이 줄어드는 동안 총 진료비는 오히려 늘었다는 것입니다. 탈모증 총 진료비는 2022년 366억 9,794만 원에서 2025년 392억 7,527만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1인당 지출이 커졌다는 뜻이고, 치료를 시작한 사람이 더 적극적이고 장기적으로 관리한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성별로는 2025년 기준 남성이 13만 4,155명, 여성이 10만 2,854명으로 여성 비중이 43.4%에 달합니다. 탈모를 여전히 남성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 열 명 중 넷 이상이 여성입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5만 3,489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5만 712명, 50대 4만 6,539명, 20대 3만 5,803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20~30대를 합치면 8만 6천 명이 넘어, 탈모가 중년 이후의 문제라는 통념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4. 치료제는 어디까지 왔나

현재 탈모 치료의 축은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DHT 생성을 차단하는 경구약(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계열이고, 다른 하나는 모낭 주변 혈류와 성장기를 늘리는 미녹시딜(minoxidil) 계열입니다.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다모증이라는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탈모 치료제로 방향을 튼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미녹시딜 분자의 3차원 구조 모형. 1970년대 고혈압약으로 개발됐으나 발모 효과가 확인되면서 탈모 치료의 대표 성분이 됐다 (2008년 제작 · ⓒ Ben Mills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최근 관심을 모으는 것은 미국 바이오기업 베라더믹스(Veradermics)가 개발 중인 경구용 미녹시딜 서방정 VDPHL01입니다. 경증·중등도 남성형 탈모 환자 519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진행한 임상에서, 1일 1회 8.5mg 투여군은 1제곱센티미터당 평균 30.3가닥, 1일 2회 투여군은 평균 33.0가닥의 모발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손톱만 한 면적에서 30가닥 넘게 늘어난 셈이라 화제가 됐습니다. 기존 경구 미녹시딜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심혈관계 부담과 관련해서도, 임상 기간 중 심장 기원의 특별 관심 이상반응이나 치료 연관 중증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다만 아직 승인된 약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베라더믹스는 2026년 하반기 남성 대상 추가 3상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며 여성 대상 임상도 진행 중입니다. 규제 승인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처방까지는 시간이 더 걸립니다. 학계 쪽에서는 올해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모발학회(WCHR) 2026이 열리며 아시아 지역의 탈모 치료 동향이 집중적으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5. 9월에 바꿔야 할 두피 습관

여름 손상을 회복시키는 데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기본기 쪽입니다.

▲ 브러시, 샴푸, 수건 등 일상적인 모발 관리 도구. 특별한 기기보다 세정과 건조 습관이 두피 상태를 좌우한다 (2021년 촬영 · 참고 이미지 · ⓒ geehairimages / Wikimedia Commons, CC BY 2.0)

① 저녁에 감고 완전히 말린다. 하루 동안 쌓인 피지와 미세먼지를 그대로 두고 자면 밤사이 두피에서 균이 증식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젖은 채로 자는 것도 최악입니다. 두피가 축축한 상태로 오래 유지되면 말라세시아가 좋아하는 환경이 됩니다. 드라이어의 찬바람이나 미온풍으로 두피 뿌리까지 말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② 물 온도를 낮춘다. 뜨거운 물은 피지를 과도하게 씻어내 두피 장벽을 무너뜨리고, 그 반작용으로 피지 분비가 더 늘어납니다. 미지근한 물이 적당합니다.

③ 손톱이 아니라 지문으로 씻는다. 두피를 긁으면 각질층에 미세한 상처가 생기고, 그 자리에서 염증이 시작됩니다. 손가락 지문면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감는 것이 좋습니다.

④ 두피에도 자외선 차단을 한다. 9월 자외선은 한여름보다 낮지만 여전히 강합니다. 가르마 부위는 모발의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는 노출 부위이므로, 모자나 양산으로 물리적으로 가리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⑤ 증상이 3개월 이상이면 진료를 받는다. 계절성 휴지기 탈모는 대개 2~3개월 안에 회복됩니다. 그 기간을 넘겨 빠짐이 계속되거나, 두피가 붉고 각질이 두껍게 일어난다면 자가 관리보다 피부과 진료가 우선입니다. 탈모 치료는 이미 사라진 모낭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모낭을 지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시작 시점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 정리
9월의 두피 검색 급증은 유행이 아니라 생리적 주기의 결과에 가깝습니다. 여름에 받은 손상이 가을에 ‘빠지는 머리카락’으로 나타나는 시차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두세 달 안에 회복되지만, 두피 염증이 함께 있는 경우라면 방치할수록 손해입니다. 이 글의 내용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별 진단과 치료는 의료진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 사진 안내
본문에 실린 사진은 모두 자유 이용이 가능한 공개 자료이며, 캡션에 촬영 연도를 함께 적었습니다. 2026년 9월 현재 시점에 촬영된 사진이 아니라 두피·모낭·치료 성분 등 본문이 설명하는 대상을 보여주는 자료 사진이므로, 개별 사례의 상태나 최신 제품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English Summary

On September 2, 2026, the Korean word for “scalp” topped Korea’s trending health searches, rising 500 percent. The timing is seasonal: hair follicles stressed by summer UV, sweat and sebum enter the telogen phase, and the resulting shedding becomes visible from late August through October. Recent studies find that 42.1 to 56.9 percent of patients with androgenetic alopecia also have seborrheic dermatitis, so dermatologists increasingly treat scalp inflammation and hair loss together. Korean insurance data show 237,009 patients treated for alopecia in 2025, with women accounting for 43.4 percent and people in their 40s forming the largest age group. Meanwhile, US biotech Veradermics reported that its oral minoxidil candidate VDPHL01 added about 30 to 33 hairs per square centimeter over six months in a 519-patient trial, though the drug is not yet approved.

반응형

Table of Contents


EIGHTBOX
EIGHTBOX
hwaya.

programmer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부터 큰 꿈까지, 호기심을 만족시킬 다양한 카테고리를 담은 블로그 입니다. 그리고, 소소한 행동에 감동하며 기뻐하고 하루하루에 감사하는 사람🌵

Today Yesterday Total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