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이야기/톱스토리 Updated: 2026. 8. 22. 06:20 claudeb

제부도 앞바다 추락 전투기 조종사 구한 스리랑카 근로자, 4년 만에 장기체류 자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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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2일 | 대한민국(KR) | 전체

1. '전투기 조종사'가 갑자기 검색어에 오른 이유

2026년 8월 21일 오후부터 한국 구글 트렌드에 '전투기 조종사'가 급상승 검색어로 올라왔다. 검색량은 2만 회를 넘겼고 증가율은 1,000%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투기가 추락했다거나 조종사가 순직했다는 소식은 아니었다. 이날 화제가 된 것은 4년 전에 있었던 한 구조 사건과, 그 구조자들이 이제야 받게 된 체류 자격에 관한 뉴스였다.

법무부는 8월 21일 스리랑카 국적 근로자 자뚜랑그 씨와 루완 씨에게 숙련기능인력 체류 자격인 E-7-4 비자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22년 8월 서해에 추락한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을 구조한 사람들이다. 함께 구조에 나섰던 세 사람 중 한 명은 앞서 이미 장기 체류 자격을 받았고, 이번에 나머지 두 사람에게도 같은 자격이 주어지면서 세 사람 모두 한국에 정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 2022년 8월 12일, 제부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일

사건은 2022년 8월 12일 경기 화성시 제부도 인근 해상에서 벌어졌다. 임무를 마치고 기지로 돌아오던 공군 F-4E 팬텀 전투기에서 엔진 화재가 발생했다. F-4E는 조종사와 무장통제관이 앞뒤로 나란히 앉는 복좌형 전투기다. 즉, 기체 안에는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

▲ 사고 기종과 같은 형식의 대한민국 공군 F-4E 팬텀 전투기. 2009년 군산기지에서 이륙하는 장면 (미 공군 공개자료 · Public Domain, 사진 U.S. Air Force / Senior Airman Gustavo Gonzalez)

두 조종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수를 해안 반대편으로 돌린 뒤에야 비상 탈출했다. 민가 피해를 막기 위한 판단이었다. 기체는 바다로 떨어졌고 두 사람은 낙하산을 타고 해상에 착수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후방석 조종사는 부상을 입은 데다 낙하산 줄까지 엉키면서 물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필 그곳은 김 양식용 밧줄이 촘촘하게 깔린 구역이었다. 낙하산 줄과 양식장 밧줄이 서로 얽히면서 조종사는 그야말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3. 500m를 배로 달려간 김 양식장 근로자들

바로 그 시각, 사고 지점에서 약 500m 떨어진 김 양식장에서는 스리랑카 국적 근로자 세 사람이 일하고 있었다. 자뚜랑그 씨, 루완 씨, 딜립 씨. 세 사람 모두 고용허가제(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서해 어촌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였다.

▲ 한국 서해안의 김 양식장. 바다 위에 격자 모양으로 늘어선 것이 김 양식 시설이다 (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위성사진 · Public Domain)

낙하산이 내려오는 것을 목격한 이들은 곧바로 배를 몰아 현장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조종사들은 밧줄 더미에 감겨 있었다. 세 사람은 선장과 함께 양식장 도구를 이용해 엉킨 줄을 끊어내고 조종사들을 배 위로 끌어올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들은 연막탄을 터뜨려 수색 중이던 구조 헬기가 정확한 위치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전투기 사고에서 조종사의 생사를 가르는 것은 대개 '탈출 이후 몇 분'이다. 비상 탈출에 성공하더라도 해상에 착수한 뒤 낙하산에 얽히면 익사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2022년 그날, 그 결정적인 몇 분을 메운 것은 군의 구조 세력이 아니라 근처에서 김을 기르던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4. 표창장 한 장, 그리고 흘러간 4년

사고 직후 세 사람은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2022년 9월 4일 화성시 외국인복지센터장 표창장을 받았고, 언론에도 짧게 소개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국가 차원의 후속 조치는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루완 씨는 체류 기간이 만료되면서 미등록 체류 신분이 됐다. 건강까지 나빠져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 조치를 당했다. 조종사를 구한 사람이 4년 뒤 강제 추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고용허가제(E-9)는 최장 체류 기간이 정해져 있고, 기간이 끝나면 원칙적으로 출국해야 한다. 사업장을 잃으면 체류 자격을 유지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구조라는 '특별한 공로'는 이 제도 안에서 별도의 가점이 되지 않았다. 제도가 개인의 선행을 기억할 장치를 갖고 있지 않았던 셈이다.

5. 4년 만에 공군이 나섰다

상황이 바뀐 건 2026년 4월이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이 4월 14일 SNS를 통해 "위기의 순간 우리 공군 조종사를 구한 루완 씨, 그리고 그 헌신을 잊지 않고 응답한 공군의 이야기를 소개한다"며 사연을 공개했다.

▲ 사고가 일어난 경기 화성시 제부도 앞바다 (ⓒ thomas park / Wikimedia Commons, CC BY 2.0)

공군은 구조 당시 상황을 입증할 자료를 모아 법무부에 공식 의견서를 냈다. 구조된 조종사 본인의 증언과 당시 보도 내용을 함께 제출했다. 군이 민간인 개인의 체류 문제를 위해 관계 부처에 공식 의견서를 내는 일은 흔치 않다.

법무부는 4월 10일 열린 제32회 외국인 인권 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에서 이 사안을 정식 안건으로 올렸다. 결과적으로 루완 씨의 특별 공로를 인정해 미등록 체류에 따른 범칙금을 전액 면제하고, 국내 취업이 가능한 G-1 체류 자격을 부여했다.

루완 씨는 국방일보 인터뷰에서 "도움을 바라고 구한 것은 아니지만 공군과 한국 국민이 저를 위해 나서 주셔서 감사하다"며 "아내, 딸과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에 도울 일이 있다면 온 힘을 다해 돕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월 20일 세계인의 날 행사에서는 세 사람 모두 공군참모총장 명의의 감사장을 받았다.

6. E-7-4, '숙련기능인력' 비자란 무엇인가

그리고 8월 21일, 법무부는 자뚜랑그 씨와 루완 씨에게 E-7-4 체류 자격을 부여했다.

▲ 법무부가 입주해 있는 정부과천청사 (ⓒ 최광모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E-7-4는 국내 산업 현장에서 일정 기간 이상 일하며 숙련도를 인정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장기적으로 정주할 수 있도록 만든 체류 자격이다. E-9(고용허가제)이나 E-10(선원취업) 같은 단순기능 인력 비자를 갖고 있던 사람이 소득, 숙련도, 한국어 능력 등 요건을 충족하면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

💡 용어 정리
· E-9(비전문취업) —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단순기능 외국인력 비자. 체류 기간에 상한이 있고 가족 동반이 원칙적으로 어렵다.
· G-1(기타) — 인도적 사유 등으로 임시 체류가 필요한 경우 부여되는 자격. 취업 허용 여부는 사안별로 정해진다.
· E-7-4(숙련기능인력) — 숙련도를 인정받은 외국인력에게 부여되는 장기 정주형 자격. 요건을 갖추면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초청도 가능하다.

차이는 작지 않다. E-9은 체류 기간이 제한되고 가족 동반이 원칙적으로 어렵지만, E-7-4는 요건을 갖추면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초청할 수 있고 체류 연장도 가능하다. 사실상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느냐'를 가르는 문턱이다. 루완 씨가 "아내, 딸과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을 구한 외국인의 헌신에 합당한 예우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특별한 기여를 한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7. '하늘의 도깨비' F-4 팬텀, 55년의 기록

사고 기종이었던 F-4E 팬텀은 이제 한국 하늘에 없다.

▲ 2011년 1월 이륙하는 대한민국 공군 F-4E 팬텀 (ⓒ 대한민국 국군 Republic of Korea Armed Forces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대한민국 공군은 1969년 F-4D를 도입하며 팬텀 시대를 열었다.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팬텀 운용국이었고, 이후 F-4E와 정찰형 RF-4C가 더해졌다. 국민 성금으로 마련해 '필승편대'라 불린 기체들도 이 계보에 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기체 노후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2022년 제부도 사고 역시 엔진 화재였다. 결국 공군은 2024년 6월 7일 제10전투비행단에서 퇴역식을 열고 F-4E를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다. 1969년부터 2024년까지 55년, 팬텀은 그렇게 임무를 마쳤다.

퇴역식에서는 마지막 비행을 마친 조종사들이 조종간을 국방부 장관에게 건네며 임무 종료를 보고했고, 공군참모총장은 팬텀을 몰다 순직한 조종사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추모했다. 2022년 제부도 앞바다에서 살아 돌아온 두 조종사는 그 호명 목록에 오르지 않았다. 배를 몰고 나간 세 사람 덕분이었다.

8. 이 사건이 남긴 질문

이번 결정은 개인에 대한 예우로는 분명한 진전이다. 다만 남는 질문도 있다.

첫째, 왜 4년이 걸렸나. 구조 직후 지자체 표창은 있었지만 국가 차원의 기록과 보상 체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을 구한 외국인에 대한 처우가 개별 부처의 선의와 SNS 화제성에 기대야 한다면, 다음 사례에서도 같은 공백이 반복될 수 있다.

둘째, '특별 공로'를 제도화할 수 있는가. 현행 출입국 제도에도 특별 공로자에 대한 체류 특례가 부분적으로 존재하지만, 인명 구조 같은 행위를 자동으로 인지해 심사에 반영하는 절차는 사실상 없다. 이번에도 공군이 자료를 모아 의견서를 내는 방식으로 개별 대응했다.

셋째, 이번 사례가 선례로 남을 수 있는가. 이주노동자가 어촌과 농촌, 제조업 현장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사례는 앞으로도 나올 수 있다. 그때마다 4년을 기다려야 한다면 제도라고 부르기 어렵다.

2022년 8월 그날,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갔던 세 사람은 자신의 비자 상태를 계산하지 않았다. 4년 뒤 한국 사회가 내놓은 답이 이번 E-7-4다. 늦었지만 도착한 답이고, 다음번에는 더 빨리 도착해야 할 답이기도 하다.

📘 English Summary

On August 21, 2026, South Korea's Ministry of Justice granted E-7-4 skilled-worker residency status to two Sri Lankan nationals, Mr. Jathuranga and Mr. Ruwan. In August 2022, a Republic of Korea Air Force F-4E Phantom caught fire and crashed off Jebudo Island near Hwaseong. Both crew members ejected, but the rear-seat pilot became entangled in parachute lines and seaweed-farm ropes. Three Sri Lankan workers at a nearby seaweed farm sailed roughly 500 meters to the scene, cut the pilot free, and set off smoke flares to guide rescue helicopters. Recognition stalled for four years, and one rescuer even faced deportation after his visa expired. The Air Force filed a formal statement supporting his case, and the search term "fighter pilot" trended nationwide as the news br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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