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이야기/톱스토리 Updated: 2026. 8. 31. 12:17 claudeb

6세대 전투기, 방위사업청 개념연구 착수… KF-21 다음 한국형 스텔스기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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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31일 | 대한민국 | 톱스토리

8월 31일 오전, 구글 트렌드 대한민국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6세대 전투기’가 검색량 1만 회 이상, 증가율 1,000%로 올라왔습니다. 연예 뉴스나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방위산업 용어가 상위권에 오르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검색이 몰린 배경에는 방위사업청이 KF-21 보라매의 뒤를 잇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념연구 사업을 공식적으로 발주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 남해 상공에서 편대비행 중인 KF-21 보라매 시제 3호기와 4호기 (2023년 10월 촬영 · ⓒ 방위사업청 / Wikimedia Commons, 공공누리 제1유형)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개념연구’의 실체

방위사업청은 2026년 8월 21일 국내 방산기업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념연구’ 사업의 제안요청서(RFP)를 공식 발주했습니다. 총 사업비는 9억 원, 연구 기간은 주관 연구기관 선정 이후 14개월이며, 입찰 마감일은 2026년 10월 1일입니다.

9억 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전투기 개발치고는 지나치게 작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비행기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어떤 비행기를 만들 것인가”를 정하는 설계도의 설계도에 해당합니다. 전투기 개발에서 개념연구 단계는 이후 수조 원이 투입될 체계개발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금액과 무관하게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

제안요청서에 담긴 연구 목적은 명확합니다. “고도화되는 미래 위협과 전 영역 통합작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광대역 스텔스, 인공지능(AI) 기반의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운용개념과 작전운용성능을 정립하고, 이를 구현하는 최적의 형상(안)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과업으로는 전투기의 작전요구능력과 임무 시나리오 개발, 저피탐(스텔스) 형상 2종 설계, 핵심 방산기술 확보 로드맵 수립이 포함됩니다. 연구가 끝나면 1.5미터 크기의 정밀 축소 모형과 100장이 넘는 설계 형상 시각화 이미지가 산출물로 나옵니다.

💡 핵심 요약
사업명: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념연구
발주: 방위사업청 (2026년 8월 21일)
사업비: 9억 원 / 기간: 14개월
입찰 마감: 2026년 10월 1일
산출물: 스텔스 형상 2종, 1.5m 축소 모형

‘꼬리 없는’ 형상과 적응형 사이클 엔진

공개된 요구사항을 보면 한국형 6세대기의 윤곽이 어렴풋이 드러납니다. 첫째, 수직 꼬리날개가 없는 무미익(tailless) 형상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F-15, F-16, KF-21은 모두 수직 꼬리날개를 갖고 있습니다. 꼬리날개는 비행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구조물이지만, 동시에 레이더 반사 면적을 크게 키우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꼬리를 없애면 스텔스 성능은 극적으로 좋아지지만, 사라진 안정성을 비행제어 소프트웨어와 대체 조종면으로 메워야 합니다. 이 소프트웨어 기술이 6세대기 진입 장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둘째, 광대역 스텔스입니다. F-35나 KF-21이 주로 대응하는 것은 X밴드 사격통제 레이더입니다. 반면 한국형 6세대기는 L밴드, S밴드, X밴드를 아우르는 광대역 저피탐 성능을 요구합니다. 파장이 긴 저주파 레이더는 스텔스기를 상대적으로 잘 탐지하는데, 여기까지 대응하려면 기체 형상 자체가 더 커지고 매끈해져야 합니다.

셋째, 초음속 순항이 가능한 적응형 사이클 엔진 2기입니다. 적응형 사이클 엔진은 비행 조건에 따라 공기 흐름 경로를 바꿔 추력과 연비를 동시에 잡는 차세대 엔진입니다. 넷째, 단좌형 구성과 내부 무장창입니다.

▲ 구름 위를 비행하는 KF-21 보라매 시제기 (2023년 12월 촬영 · ⓒ 방위사업청 / Wikimedia Commons, 공공누리 제1유형)

KAI와 대한항공, 수주 경쟁의 시작

이번 개념연구를 두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대한항공이 정면으로 맞붙는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KAI는 T-50 계열 훈련기와 KF-21 보라매를 개발한 국내 유일의 완제기 체계종합 업체입니다. 대한항공은 항공우주사업본부를 통해 무인기와 스텔스 무인편대기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해 왔습니다.

9억 원짜리 연구용역을 두고 두 회사가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개념연구를 수행한 기업이 곧 향후 수십조 원 규모로 커질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기술 표준과 형상의 방향을 잡게 되기 때문입니다. 개념 단계에서 정의된 운용개념과 형상은 이후 탐색개발, 체계개발로 이어지면서 사실상 사업 전체의 뼈대가 됩니다.

▲ 전기체 환경시험을 받고 있는 KF-21 보라매 (2024년 1월 촬영 · ⓒ 방위사업청 / Wikimedia Commons, 공공누리 제1유형)

6세대기의 정의 —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5세대 전투기와 6세대 전투기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스텔스 성능이 아니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입니다. 6세대기는 홀로 싸우는 무기가 아니라, 여러 대의 자율 무인기를 지휘하는 공중 지휘 노드로 설계됩니다.

조종사가 탑승한 유인기는 후방에서 상황을 통제하고, 앞장서서 적 방공망에 먼저 진입하는 것은 무인 편대기입니다. 미 공군은 이 개념을 협동전투기(CCA, Collaborative Combat Aircraft)라고 부르며, 크라토스의 XQ-58A 발키리 같은 기체로 시험 비행을 이어 왔습니다. 조종사의 생존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투입 가능한 표적 수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 미 공군 F-16과 함께 비행하는 무인편대기 XQ-58A 발키리 (2023년 10월 촬영 · ⓒ U.S. Air Force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여기에 AI 기반 전술 판단, 전 영역(공중·우주·사이버·해상·지상) 통합 데이터링크, 지향성 에너지 무기 탑재 가능성 등이 6세대기의 요건으로 거론됩니다. 결국 6세대 전투기는 ‘더 빠르고 더 안 보이는 비행기’가 아니라 ‘하늘을 나는 네트워크 지휘소’에 가깝습니다.

미국·유럽·일본은 이미 앞서 달리고 있다

한국이 서두르는 이유는 경쟁국들의 일정이 이미 상당히 진척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2025년 3월 보잉을 차세대 제공 전투기(NGAD)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기체 명칭을 F-47로 확정했습니다. 미 공군은 계약 몇 달 만에 1호기가 이미 생산에 들어갔다고 밝혔고, 2028년 초도 비행, 2029년 작전 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는 F-47에만 약 50억 달러가 반영됐으며, 초도 기체 제작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진행 중입니다.

영국·이탈리아·일본은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으로 뭉쳤습니다. 2022년 12월 영국의 템페스트와 일본의 F-X 사업을 하나로 통합했고, 2026년 7월 3일 46억 파운드 규모의 차기 설계 단계 계약에 서명했습니다. 실증기 비행은 2027년, 실전 배치는 2035년이 목표입니다. 산업 주체는 영국 BAE 시스템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일본 JAIEC가 설립한 합작사 엣지윙(Edgewing)입니다. GCAP은 현재 수출이 명시적으로 가능한 유일한 6세대 전투기 사업이라는 점에서 시장 선점 효과도 큽니다.

▲ GCAP이 대체할 예정인 일본 항공자위대 미쓰비시 F-2 전투기 (2016년 8월 촬영 · ⓒ 일본 방위성 / Wikimedia Commons, CC BY 4.0)

중국 역시 2024년 말부터 무미익 형상의 차세대 기체로 추정되는 시험기 영상이 잇따라 공개되며 개발 속도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엔진입니다. 기체 형상은 설계로 따라잡을 수 있지만, 고온 소재와 정밀 가공이 결합된 항공기 엔진은 축적된 기술 없이는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이 6세대기 개발에서 가장 크게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히는 것도 엔진 국산화입니다.

KF-21은 이제 막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이 6세대기 개념연구를 시작하는 시점이 KF-21 보라매가 아직 전력화조차 되지 않은 시기라는 것입니다. KF-21은 2015년 12월 체계개발에 착수한 뒤 10년 7개월 만에 개발 완료를 선언했고, 2026년 3월 25일 양산 1호기 출고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양산 1호기는 제작사와 공군의 성능 확인 절차를 거쳐 2026년 9월 공군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초도 편성분 6대는 모두 복좌형이며, 경상북도 예천군 제16전투비행단에 제156전투비행대대를 재창설해 배치합니다. KAI는 2026년 하반기부터 전력화에 착수해 연내 8대를 순차적으로 인도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 한미 연합연습을 위해 한국 기지에 전개한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2025년 3월 촬영 · ⓒ U.S. Air Force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즉 KF-21이 첫 실전 배치를 앞둔 바로 그 달에, 그 후속기의 밑그림을 그리는 연구가 입찰 마감을 맞이하는 셈입니다. 전투기 한 세대의 개발 주기가 15~20년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결코 이르지 않습니다. 지금 개념연구를 시작해도 실제 기체가 하늘에 뜨는 시점은 2040년대 중반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넘어야 할 산 — 예산, 엔진, 그리고 시간

낙관만 하기는 이릅니다. 첫째는 예산입니다. 미국이 F-47 한 기종에 연간 50억 달러를 투입하고 영국·이탈리아·일본이 3개국이 힘을 합쳐 46억 파운드 계약을 맺는 상황에서, 한국이 단독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인지에 대한 회의론이 꾸준히 제기됩니다.

둘째는 앞서 언급한 엔진과 소재입니다. 적응형 사이클 엔진은 현재 미국조차 실전 투입 사례가 없는 기술입니다. 셋째는 시간입니다. 경쟁국들이 2030년대 중반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동안 한국이 2040년대에 진입한다면, 기체가 완성됐을 때 이미 세대 격차가 벌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개념연구 발주가 갖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한국이 5세대 초입인 KF-21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세대 항공 전력의 설계 언어를 스스로 정의하겠다는 의지를 공식 문서로 밝혔다는 점입니다. 10월 1일 입찰 마감 이후 어느 기업이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 세계 6세대 전투기 개발 현황
🇺🇸 미국 F-47 — 2025년 3월 보잉 선정, 2028년 초도 비행 목표
🇬🇧🇮🇹🇯🇵 GCAP — 2026년 7월 46억 파운드 계약, 2035년 실전 배치 목표
🇰🇷 한국 — 2026년 8월 개념연구 발주, 2026년 10월 입찰 마감
🇨🇳 중국 — 무미익 시험기 영상 공개, 일정 비공개

🖼️ 사진 안내
본문에 실린 사진은 모두 자유 이용이 가능한 공개 자료이며, 캡션에 촬영 연도를 함께 적었습니다. 한국형 6세대 전투기는 아직 형상이 확정되지 않아 실물 사진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본문에는 관련 기종인 KF-21 보라매와 해외 협동전투기·5세대 전투기 사진을 실었습니다. 2026년 8월 현재 상황을 촬영한 현장 사진이 아니므로, 사진 속 기체나 시설은 현재와 다를 수 있습니다.

📘 English Summary

On 21 August 2026, South Korea's Defense Acquisition Program Administration issued a request for proposals for a Korean Next-Generation Fighter Concept Study, a 900 million won, 14-month research project with bids closing on 1 October 2026. The study will define operational concepts built around manned-unmanned teaming, broadband stealth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nd will deliver two tailless low-observable configurations plus a 1.5-metre scale model. Korea Aerospace Industries and Korean Air are expected to compete for the contract, since the winner will effectively shape the design language of a programme worth tens of trillions of won. The move comes as the United States pushes its Boeing F-47 toward a 2028 first flight and the UK, Italy and Japan advance GCAP under a 4.6 billion pound contract signed in July 2026 — and just weeks before Korea's own KF-21 Boramae enters air force service in Sept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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