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이야기/비즈니스 Updated: 2026. 10. 4. 00:13 claudeb

조선소가 군함을 짓는다: 크로아티아·KDDX·필리핀 잠수함, 한국 조선사 방산 수주전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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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4일 | 대한민국 | 비즈니스

10월 3일 늦은 밤, 구글 트렌드 한국 비즈니스 및 금융 분야 급상승 검색어에 '조선소'라는 단어가 올라왔습니다. 같은 목록에 '군함'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는데, 두 단어를 합치면 이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해외에서, 그리고 국내에서 군함과 잠수함 일감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 한꺼번에 뉴스에 오른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크로아티아,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필리핀 잠수함이라는 세 갈래 이야기를 차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왜 지금 '조선소'가 검색됐을까

직접적인 계기는 10월 3일자로 보도된 HD현대중공업의 크로아티아 협력 소식으로 보입니다. 크로아티아 이스크라 조선소와 손잡고 현지 해군의 군함 사업에 공동으로 도전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올해 6월 확정된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사업자 선정 결과, 그리고 연내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필리핀 잠수함 입찰이 겹치면서 '조선소가 군함을 짓는 시대'에 대한 관심이 커진 분위기입니다.

한국 조선업은 오랫동안 유조선, 컨테이너선, LNG운반선 같은 상선으로 먹고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군함과 잠수함, 그리고 미 해군 함정의 정비(MRO) 같은 방산 분야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올랐습니다. 상선은 경기에 따라 발주가 출렁이지만, 군함은 국가 간 계약이라 한 번 따내면 수년에서 수십 년 이어지는 사업이 되기 때문입니다.

▲ 동해 연안 전망대에서 바라본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붉은 겐트리 크레인 (2023년 촬영 · ⓒ Wvdp / Wikimedia Commons, CC0)

2. 크로아티아 이스크라 조선소와 HD현대중공업의 손잡기

보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현지시각 10월 2일 크로아티아의 이스크라 조선소와 방산 및 민수 조선 분야 협력 협약을 맺었습니다. 목표는 크로아티아 국방부가 추진하는 다목적 초계함 사업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역할 분담도 비교적 분명합니다. HD현대중공업이 기본 설계와 시스템 통합을 맡고, 이스크라는 자사의 통합 야드에서 선체를 건조하는 구조입니다. 군함뿐 아니라 상선과 특수 작업선의 건조 기술 전수와 설계 협력까지 협약 범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스크라는 최근 1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리예카의 트레치 마이 조선소를 인수했습니다. 이를 통해 시베니크와 리예카 두 곳의 생산 시설을 하나로 묶어, 대형 복합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는 설명입니다. 이스크라 경영이사회 의장 로코 부레티치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현지 조선소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주의할 점
이번 협약은 입찰에 앞선 사전 협력 합의일 뿐 최종 계약이 아닙니다. 크로아티아 해군이 실제로 어떤 설계를 고를지는 앞으로의 입찰 과정에서 결정됩니다. 협약 소식을 곧바로 '수주 성공'으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유럽 시장에서 현지 조선소와 짝을 이루는 방식은 방산 수출에서 꽤 자주 쓰이는 전략입니다. 발주국 입장에서는 자국 조선소가 선체를 지으면 일자리와 기술이 국내에 남고,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화 요구를 충족하면서 설계와 핵심 시스템이라는 부가가치 높은 부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KDDX, 한화오션이 가져가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올해 가장 큰 방산 조선 뉴스는 6월 11일 나온 KDDX(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사업자 선정 결과였습니다. 평가 결과 한화오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사업 규모는 약 7조 8,000억 원,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짓는 프로젝트이며, 이 가운데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만 8,821억 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결과가 화제가 된 이유는 점수 차이 때문입니다. 한화오션은 93.9542점, HD현대중공업은 93.3675점으로, 격차는 0.5867점에 불과했습니다. 보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기술 평가에서는 앞섰지만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따른 보안 감점이 반영돼 고배를 마셨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회사가 얼마나 팽팽하게 겨뤘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앞으로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과 세부 협의를 거쳐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 한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DDG-991)의 측면 모습 (2010년 촬영 · 참고 이미지 · U.S. Navy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위 사진은 KDDX 사업의 대상함이 아니라, 이미 운용 중인 우리 해군 구축함을 보여주는 참고 이미지입니다. KDDX는 이런 대형 수상 전투함의 다음 세대를 설계하는 사업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4. 필리핀 잠수함 수주전, 승부처는 '수빅'

세 번째 흐름은 필리핀입니다. 필리핀 해군이 추진하는 디젤-전기 잠수함 2척 도입 사업은 총사업비가 약 15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6,000억 원대에 이릅니다. 단순히 배만 사는 것이 아니라 수빅 기지 인프라 구축, 정비·유지보수, 승조원 교육, 기술 이전까지 한 묶음으로 들어 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연내 기종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어 결론이 멀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두 회사가 나섰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HDS-2300 잠수함과 2,800톤급 개량형을, 한화오션은 KSS-III PN 모델(2,800~3,000톤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프랑스 나발 그룹이 스코르펜급 잠수함에 금융 지원을 더해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한국 기업끼리 경쟁하면서 동시에 유럽 강자와도 맞서는 셈입니다.

보도가 짚은 승부처는 수빅 조선소입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수빅 야드 시설을 활용한 정비 허브 구축을 핵심 제안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잠수함은 인도 이후 수십 년간 정비와 부품 공급이 따라붙는 장기 사업이어서, 현지에 정비 거점을 두겠다는 약속이 가격만큼이나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 2022년 필리핀 아시아 방위안보 전시회(ADAS)에 출품된 DSME 1400PN 잠수함 축소 모형 (2022년 촬영 · 참고 이미지 · ⓒ rhk111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사진 속 DSME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의 영문 약칭입니다. 이번 입찰에 한화오션이 내놓은 모델과 같은 것이 아니라, 과거 전시회에 나온 축소 모형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5. 조선소가 군함을 짓는다는 것

상선과 군함은 같은 조선소에서 만들지만 요구되는 능력이 많이 다릅니다. 상선은 얼마나 싸고 빠르게, 효율적으로 짓느냐가 관건입니다. 반면 군함은 레이더, 미사일 발사 시스템, 전투체계 같은 복잡한 장비를 선체에 통합하는 능력, 소음과 생존성을 다루는 설계, 그리고 보안 관리 체계가 함께 요구됩니다. KDDX 평가에서 보안 감점이 승패를 갈랐다는 보도는 군함 사업에서 기술 못지않게 보안과 신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미 해군 함정 정비 분야입니다. 최근 보도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수주를 크게 늘렸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군함을 새로 짓는 일과 정비하는 일은 서로 이어져 있어서, 정비 실적이 쌓이면 신조 수주에서도 신뢰를 얻기 쉬워집니다.

💡 한눈에 정리
크로아티아: 초계함 사업, HD현대중공업과 이스크라 협약(사전 단계)
한국: KDDX 6척 약 7조 8,000억 원, 한화오션 우선협상대상자
필리핀: 잠수함 2척 약 15억 달러, 연내 기종 선정 목표

6. 세 사업이 한꺼번에 주목받는 이유

세 사업은 나라도, 함정의 종류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설계 역량과 현지 협력, 그리고 정비까지 이어지는 장기 패키지를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배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승부였다면, 이제는 발주국의 산업 기반을 키워주고 오래 곁에서 지원하겠다는 약속이 함께 평가됩니다. 크로아티아에서 현지 조선소와 짝을 이루고, 필리핀에서 수빅 정비 허브를 내세우는 전략이 그 증거입니다.

한편 국내 경쟁은 해외 수주에도 영향을 줍니다. 두 회사가 같은 사업을 두고 경쟁하다 보니 입찰 때마다 설계 완성도와 가격, 보안 관리 수준이 함께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반대로 같은 나라 기업끼리 한 사업을 두고 맞붙으면 발주국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사업마다 다르지만, 한국 조선업이 방산 분야에서 두 개의 강력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방산 사업은 정치와 외교, 예산 사정에 따라 일정이 바뀌는 일이 흔합니다. 보도된 목표 시점이 반드시 지켜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확정 여부는 정부와 기업의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하시기를 권합니다.

7. 앞으로 지켜볼 점

첫째, 크로아티아 사업은 이번 협약 이후 실제 입찰과 경쟁사 구도가 어떻게 짜이는지가 관건입니다. 둘째, KDDX는 한화오션이 방위사업청과 세부 협상을 마치고 상세설계에 들어가는 시점이 다음 이정표가 됩니다. 셋째, 필리핀 잠수함은 연내 결정이라는 시한이 있어 하반기 내내 관련 소식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어느 쪽이든 결과가 나오면 조선 업종의 실적과 방산 수출 전략을 읽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

조선소라는 단어가 검색어에 오른 날, 사람들이 궁금해한 것은 아마 '한국 조선사가 이제 군함으로 어디까지 가는가'였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보도만 놓고 보면, 아직 확정된 계약보다 진행 중인 경쟁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한 건 한 건의 소식보다 흐름 전체를 보는 것이 더 유익해 보입니다.

🖼️ 사진 안내
본문에 실린 사진은 모두 자유 이용이 가능한 공개 자료이며, 캡션에 촬영 연도를 함께 적었습니다. 세종대왕함과 잠수함 모형 사진은 기사에서 다루는 2026년 사업의 대상이 아닌 참고 이미지이며, 사진 속 시설이나 상황은 현재와 다를 수 있습니다.

📘 English Summary

"Shipyard" surged in Google Trends in South Korea on October 3, 2026. On October 2, HD Hyundai Heavy Industries signed a cooperation agreement with Croatia's Iskra Shipyard to jointly pursue the Croatian Navy's multi-purpose patrol vessel program, with HD Hyundai handling basic design and systems integration and Iskra building the hulls. It is a pre-bid agreement, not a final contract. In Korea, Hanwha Ocean was named preferred bidder for the roughly 7.8 trillion won KDDX destroyer program in June, edging out HD Hyundai by about 0.59 points. Meanwhile, both Korean builders and France's Naval Group are competing for the Philippines' roughly 1.5 billion dollar, two-submarine program, with a decision targeted within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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