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탑 드러머 프랭크 비어드 별세, 56년 텍사스 그루브가 멈추다
2026년 8월 19일 | 미국(US) | 엔터테인먼트
56년을 지킨 백비트가 멈추다
미국 록 역사에서 가장 오래 유지된 라인업 중 하나가 결국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텍사스 출신 블루스 록 3인조 ZZ 탑(ZZ Top)의 드러머 프랭크 비어드(Frank Beard)가 현지 시각 2026년 8월 17일 텍사스의 자택 목장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77세. 유족과 밴드 측은 구체적인 사인을 밝히지 않았고, 마지막 시기에는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었다고만 전했습니다.
부고가 알려진 직후 구글 트렌드 미국에서는 'frank beard'가 24시간 검색량 20만 건 이상, 상승률 1,000% 이상을 기록하며 실시간 급상승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함께 오른 연관 검색어는 'zz top', 'zz top drummer', 'frank beard zz top' 등으로, 이름 자체보다 '그 밴드의 그 드러머'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화려한 프런트맨의 그늘에서 반세기를 버틴 리듬 파트의 운명이기도 합니다.
텍사스 소년에서 파워 트리오의 심장으로
프랭크 리 비어드(Frank Lee Beard)는 1949년 6월 11일 텍사스주 프랭크스턴에서 태어났습니다. 10대 시절부터 셀러 드웰러스(The Cellar Dwellers), 더 허슬러스(The Hustlers), 더 워록스(The Warlocks), 아메리칸 블루스(American Blues) 같은 지역 밴드를 전전하며 드럼을 두드렸습니다. 텍사스 특유의 습하고 끈적한 블루스 클럽 문화가 그의 손목에 그대로 배어든 시기였습니다.
전환점은 1969년 말이었습니다. 무빙 사이드워크스(The Moving Sidewalks)를 해체한 기타리스트 빌리 F. 기븐스와 만난 비어드는 새 밴드 결성에 합류했고, 자신이 여러 밴드에서 함께 연주했던 베이시스트 더스티 힐을 기븐스에게 소개했습니다. 이 소개 한 번이 이후 5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ZZ 탑의 라인업을 완성시켰습니다. 록 밴드의 세계에서 반세기 동안 멤버 교체가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거의 전설에 가깝습니다.
초기 앨범에서 그는 '루브 비어드(Rube Beard)'라는 별명으로 크레딧에 올랐습니다. 데뷔작과 1973년 '트레스 옴브레스(Tres Hombres)'까지 이 이름을 쓰다가 이후 모든 앨범에서 '프랭크 비어드'로 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 오래된 농담 하나 — 성이 '비어드(Beard, 턱수염)'인 그는 정작 밴드에서 유일하게 긴 턱수염을 기르지 않은 멤버였습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수염으로 유명했던 건 빌리 기븐스와 더스티 힐 쪽이었죠. 팬들 사이에서 수십 년간 반복된 이 아이러니는 이제 그를 기억하는 가장 따뜻한 농담으로 남았습니다.
'La Grange' 인트로, 손목이 만든 전설
비어드의 이름을 드럼 교본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곡은 단연 'La Grange'입니다. 1973년 발표된 앨범 '트레스 옴브레스'에 실린 이 곡의 도입부에서, 그는 스네어 드럼의 림(테두리)을 잘게 두드리는 셋잇단음표 패턴으로 곡 전체의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굵고 큰 소리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대신, 아주 작은 소리로 청중의 귀를 앞으로 당기는 방식이었습니다.
'트레스 옴브레스'는 빌보드 200 앨범 차트 톱10에 진입했고 미국레코드산업협회(RIAA) 골드 인증을 받으며 ZZ 탑을 지역 밴드에서 전국구 밴드로 끌어올렸습니다. 평론가들이 비어드의 연주에서 가장 자주 언급하는 표현은 '공간을 만든다'는 말입니다. 3인조 편성에서 드러머는 빈틈을 메우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기 마련인데, 그는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필인은 꼭 필요한 자리에만 들어갔고, 심벌은 화려함 대신 흥분만 얹었으며, 킥과 스네어는 더스티 힐의 베이스가 딛고 설 단단한 바닥이 되어주었습니다.
이 절제는 ZZ 탑 특유의 '느릿하지만 절대 늘어지지 않는' 그루브의 핵심이었습니다. 'Tush', 'Waitin' for the Bus', 'Jesus Just Left Chicago' 같은 곡에서 들리는 셔플은 악보로 옮기면 단순하지만, 실제로 그 느낌을 재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 드러머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Eliminator' 시대 — 기계와 인간 사이
1983년 발표된 'Eliminator'는 ZZ 탑을 완전히 다른 밴드로 바꿔놓았습니다. 신시사이저와 시퀀서, 전자 효과와 스튜디오 조작이 전면에 등장했고, MTV의 뮤직비디오 시대와 맞물리며 'Gimme All Your Lovin'', 'Sharp Dressed Man', 'Legs' 같은 곡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이 앨범은 밴드 커리어 사상 최다 판매를 기록했고, 이어진 'Afterburner'와 'Recycler'도 같은 제작 방식을 이어갔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시기는 드러머의 존재감이 가장 흐릿해 보였던 때이기도 합니다. 기계적으로 정렬된 비트 뒤에서 비어드가 실제로 얼마나 쳤는지를 두고 팬들 사이에 오랜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밴드 내부의 증언과 이후 라이브 무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무대 위에서 그 곡들을 사람의 손으로 되살려낸 것은 결국 비어드였고, 정확한 기계 비트에 사람의 호흡을 얹는 작업이야말로 당시 그가 맡은 가장 어려운 임무였습니다.
15장의 앨범과 명예의 전당
비어드가 함께한 기간 동안 ZZ 탑은 15장의 정규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고, 그중 9장이 RIAA 골드 또는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습니다. 2004년에는 밴드 전체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습니다. '텍사스에서 온 작은 밴드(That Little Ol' Band from Texas)'라는 별명은 겸손한 농담이었지만, 실제 기록은 전혀 작지 않았습니다.
밴드에게 첫 번째 큰 이별은 2021년이었습니다. 오랜 베이시스트 더스티 힐이 세상을 떠나면서 원년 3인 체제가 무너졌고, 이후에는 오랜 기타 테크니션이었던 엘우드 프랜시스가 베이스를 이어받았습니다. 그리고 5년 뒤인 2026년, 비어드마저 떠나며 창단 멤버 중 무대에 남은 사람은 빌리 기븐스 한 명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투어, 그리고 남겨진 자리
비어드는 2026년 8월 초 진행 중이던 'The Big One Tour'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했고, 드러머 마이클 모나한이 대신 무대에 올랐습니다. 당시만 해도 일시적인 휴식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결국 그것이 마지막 투어가 되었습니다.
빌리 기븐스는 성명을 통해 "오늘 엘우드와 나는 위대한 친구이자 동료를 잃었고, 세상은 가장 본능적으로 혁신적인 드러머이자 진정한 텍사스의 아들을 잃었다"며 "그의 시그니처 백비트야말로 ZZ를 정상에 남아 있게 한 열쇠였다"고 밝혔습니다. 짧지만 밴드 안에서 비어드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정확히 짚은 문장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그 리듬
ZZ 탑은 국내에서 밴드 이름보다 곡으로 먼저 알려진 팀입니다. 'Sharp Dressed Man'과 'La Grange'는 광고, 영화, 드라마의 삽입곡으로 꾸준히 쓰였고,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소재로 한 영상물에서는 사실상 기본 배경음악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 블루스 록 밴드와 세션 드러머들 사이에서도 ZZ 탑의 셔플은 '반드시 한 번은 흉내 내봐야 하는 리듬'으로 통합니다.
부고 이후 국내 음악 커뮤니티에서도 추모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를 향한 헌사의 방향입니다. 대부분은 화려한 솔로나 기교가 아니라, 반세기 동안 흔들리지 않았던 '정확함'과 '절제'를 이야기합니다. 밴드가 무엇을 시도하든 그 아래에서 늘 같은 자리를 지켜준 드러머가 있었다는 사실, 그것이 ZZ 탑이라는 이름이 56년을 버틴 이유였다는 평가입니다.
💡 프랭크 비어드를 처음 들어보는 분이라면 'La Grange'(1973), 'Tush'(1975), 'Sharp Dressed Man'(1983) 세 곡을 순서대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같은 드러머가 10년 사이 어떻게 소리를 바꿔갔는지, 그러면서도 무엇을 끝까지 지켰는지가 한 번에 들립니다.
📘 English Summary
Frank Beard, the drummer who anchored Texas blues-rock trio ZZ Top for 56 years, died on August 17, 2026, at his Texas ranch at the age of 77. Born in Frankston, Texas in 1949, he helped form the band in late 1969 and introduced Billy Gibbons to bassist Dusty Hill, creating a lineup that never changed for more than half a century. His rim-tapping triplet intro on 1973's "La Grange" became one of rock's most recognizable drum figures, and he stayed central through the synthesizer-driven "Eliminator" era. Beard stepped away from The Big One Tour in early August for health reasons; Gibbons called his signature backbeat "key to keeping ZZ on top."
이미지 출처 — 프랭크 비어드 공연 사진: ⓒ Ralph Arvese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ZZ Top 라이브 사진: ⓒ Alberto Cabello / Wikimedia Commons (CC BY 2.0). 그 외 이미지: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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