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 스텔스 부품, 한국 거쳐 홍콩으로…중국 손에 들어간 캐노피·무기창 문의 행방
2026년 9월 26일 | 대한민국 | 과학 & 기술
추석 연휴 첫날인 26일, 국내 검색어 순위에 낯선 이름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록히드 마틴 F-35 라이트닝 II'입니다. 미국이 만든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우리 공군도 운용하고 있는 기종이죠. 검색이 몰린 이유는 신형 도입 소식이 아니었습니다. 호주 공군 F-35에서 떼어 낸 핵심 부품이 수리를 받으러 미국으로 가던 중 한국을 거쳐 홍콩으로 빠졌고, 결국 중국 당국의 손에 들어갔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경유지가 서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이 크게 늘었습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나
블룸버그는 미국 시간으로 9월 23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사건을 처음 보도했습니다. 올해 5월 말 호주 공군 F-35A 한 대에서 분리한 부품이 점검과 수리, 또는 폐기 판단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보내졌습니다. 운송은 글로벌 물류기업 UPS가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 화물은 미국에 곧장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먼저 들렀다가 홍콩으로 옮겨졌고, 이후 중국 당국이 부품을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미 국방부가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돌려주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습니다. 왜 한국에 들렀는지, 왜 홍콩으로 방향이 바뀌었는지, 의도적인 경로 변경인지 단순 실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호주 아발론 에어쇼에 전시된 호주 공군(RAAF) F-35A 라이트닝 II (2025년 3월 촬영 · ⓒ ThatAustralianBall / Wikimedia Commons, CC BY 4.0)
2. 사라진 부품은 조종석 캐노피와 무기창 문
문제의 부품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조종사 머리 위를 덮는 투명한 조종석 캐노피, 다른 하나는 기체 아래쪽 내부 무장창을 여닫는 무기창(무기 격납고) 문입니다. 둘 다 평범한 외장 부품처럼 보이지만 사정이 다릅니다. 두 부품 모두 스텔스 성능을 높이는 레이더 흡수 소재(RAM)로 코팅돼 있었습니다.
F-35의 스텔스 성능은 기체 모양만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레이더파를 엉뚱한 방향으로 흘려보내는 외형 설계에 전파를 흡수하는 표면 코팅이 더해져야 레이더 반사 면적이 작아집니다. 특히 캐노피는 전투기에서 레이더 신호가 가장 잘 튀는 부위로 꼽힙니다. 조종석 내부의 금속 장비와 조종사 헬멧이 그대로 비치지 않도록 유리 자체에 특수 금속 박막 코팅을 입힙니다. 무기창 문 역시 여닫는 이음새와 테두리를 톱니 모양으로 처리하는 등 레이더 반사를 줄이기 위한 설계가 모여 있는 부위입니다.
▲ 미 공군 F-35A 조종석 캐노피를 정면에서 본 모습 (2011년 7월 촬영 · U.S. Air Force photo by Samuel King Jr. / Public Domain)
▲ F-35 실물 크기 모형의 동체 하부 무기창 문이 열린 모습 (2007년 영국 RIAT 에어쇼 촬영 · ⓒ Dammit / Wikimedia Commons, CC BY-SA 2.5 NL)
3. 왜 '서울'이 경유지로 등장했나
한국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한 대목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정부나 우리 군이 개입한 흔적은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인천)은 홍콩과 함께 UPS의 핵심 아시아 항공화물 허브입니다. 이런 허브에서는 화물을 목적지까지 빨리 보내기 위해 다른 항공기로 옮겨 싣는 환적 작업이 일상적으로 이뤄집니다. 운항 사정에 따라 화물이 다른 편으로 넘어가는 일도 흔합니다. 페덱스나 DHL도 아시아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물류망을 운영합니다.
이번 부품도 호주에서 출발해 서울 허브에 들렀다가 다음 항공편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홍콩행 경로에 실린 것으로 보입니다. 즉 한국은 물류 경로상 '환승역'이었을 뿐이고, 문제의 핵심은 민감한 군사 부품을 일반 상업 물류망에 태웠다는 점입니다.
▲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한 UPS 보잉 767-300 화물기 (2012년 10월 촬영 · ⓒ calflier001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4. 비행 데이터로 본 '시드니→서울→?' 경로
미 국방부와 관련 업체들은 정확한 운송 경로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블룸버그가 항공기 추적 서비스 플라이트레이더24의 공개 운항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UPS는 5월 하반기에 시드니에서 서울로 가는 직항편을 4편 운항했고, 네 편 모두 최종적으로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UPS 허브(월드포트)로 향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문제는 서울 이후 경로입니다. 4편 가운데 3편은 중국 허난성 정저우를 경유했습니다. 정저우는 전자제품과 제조업 수출의 거점 도시입니다. 5월 25일 1편만 서울에서 미국으로 바로 날아갔고, 5월 21일 편은 홍콩을 거쳤습니다. 다만 문제의 F-35 부품이 실제로 어느 항공편에 실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분석이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가는 UPS 화물기 상당수가 중국 본토나 홍콩을 거치는 구조였다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정학 수석 애널리스트 애덤 패러는 가장 싸고 빠른 방식이었더라도 보안 관리가 보장되지 않는 여러 해외 관할권을 거치는 물류망에 이런 장비를 실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지적했습니다.
▲ 홍콩국제공항 인근 상공을 비행하는 UPS 보잉 747 화물기 (2025년 7월 촬영 · ⓒ LN9267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중국 정저우 신정국제공항(CGO)에 계류 중인 UPS 보잉 747-8F 화물기 (2023년 6월 촬영 · ⓒ Windmemories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5. 록히드마틴·미 국방부·홍콩의 입장
제조사 록히드마틴은 성명에서 물류 결정은 회사가 혼자 내리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승인된 운송 방식을 지정하면, 회사는 그 조건에 가장 맞는 운송업체를 고른다는 설명입니다. 또 해당 부품은 이미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며 기술 유출 위험이 낮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국방부는 운송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부품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콩 정부는 논평을 거부했고, 홍콩국제공항 운영사는 분실된 F-35 부품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 한눈에 보는 사건 정리
· 출발: 2026년 5월 말, 호주 → 미국 (점검·수리 목적)
· 운송: UPS 항공화물
· 경유: 서울 → 홍콩 (정확한 이유는 미확인)
· 부품: 조종석 캐노피, 무기창 문 (레이더 흡수 코팅)
· 현재: 중국 당국이 보유 중인 것으로 보도, 미 국방부가 회수를 추진하고 있음
· 첫 보도: 블룸버그, 미국 시간 9월 23일
6. 중국은 왜 F-35 부품에 관심을 가질까
중국은 수년 동안 F-35를 정보 수집 대상으로 삼아 왔습니다. 설계도가 없어도 실물 부품이 있으면 알아낼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코팅층의 두께와 성분, 여러 겹으로 쌓은 구조, 접합 방식, 캐노피 박막의 금속 성분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정보는 역설계(리버스 엔지니어링)의 재료가 되기도 하고, F-35를 더 잘 잡아내는 레이더와 탐지 기술을 개발하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록히드마틴 설명대로 사용할 수 없는 부품이고 유출 위험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안보 전문가들은 '못 쓰는 부품'과 '분석할 가치가 없는 부품'은 다르다고 봅니다. 게다가 이 사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워싱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던 시기에 알려졌습니다. 미국 의회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어, 앞으로 동맹국 군수 물자 운송 규정을 손보자는 논의로 번질 가능성이 큽니다.
7. 한국에 주는 시사점
우리 공군은 2019년부터 F-35A를 도입해 청주 기지에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20대를 추가로 들여오는 계약도 맺었습니다. F-35는 국제 공동 부품 공급망과 정비 체계로 운영되는 무기라서, 한국도 부품을 보내고 받는 과정이 수시로 생깁니다. 이번 사건은 동맹국 사이의 군수 물류가 어떤 경로로 움직이는지, 그 과정에 어떤 관할권이 끼어드는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공교롭게도 한국 공군은 이달 중순 청주 기지에서 프랑스 라팔 전투기와 F-35A 연합훈련을 벌였습니다. 9월 22일에는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1호기를 인수했습니다. 첨단 전투기 전력이 늘어날수록 기체 성능만큼이나 부품의 이동 경로와 보안 관리도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미국 정부가 이번 경로를 어떻게 조사하고 결론을 내릴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사진 안내
본문에 실린 사진은 모두 자유 이용이 가능한 공개 자료이며, 캡션에 촬영 연도를 함께 적었습니다. 기사에서 다루는 2026년 5월 운송 당시에 촬영된 사진이 아니며, 실제로 분실된 부품이나 해당 부품을 실은 항공기를 찍은 사진도 아닙니다. 무기창 사진은 에어쇼에 전시된 실물 크기 모형입니다.
📘 English Summary
Sensitive F-35 parts from a Royal Australian Air Force jet, a cockpit canopy and a weapons-bay door coated with radar-absorbing material, were shipped by UPS from Australia to the US for repair in late May 2026. According to Bloomberg, the shipment stopped in Seoul, was diverted to Hong Kong, and ended up in the possession of Chinese authorities, who have not returned it despite Pentagon requests. Flight data showed that most UPS Sydney–Seoul flights in late May continued via Zhengzhou or Hong Kong. Lockheed Martin says the parts were unusable and pose low risk, but the case has raised concerns about moving military hardware through commercial logistics ne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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