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이야기/건강 Updated: 2026. 9. 10. 00:18 claudeb

일본 실시간 검색 1위 "야나기사와 마사시" — 오렉신 발견으로 2026 래스커상, 28년 만에 기면증 치료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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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0일 | 일본(JP) | 건강

2026년 9월 10일 새벽, 일본 구글 트렌드 '건강' 부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야나기사와 마사시(柳沢正史)라는 이름이 올랐습니다. 검색량은 1,000회 이상, 상승률은 200%를 넘었고 연관 검색어에는 '래스커상 일람(ラスカー賞一覧)'이 함께 붙었습니다. 66세의 일본인 수면 연구자가 왜 갑자기 일본 열도의 검색창을 점령했을까요.

답은 9월 9일 미국에서 날아온 한 통의 발표였습니다.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앨버트 래스커 의학연구상(Albert Lasker Award)의 2026년 기초의학 부문 수상자로 쓰쿠바대학 교수 야나기사와 마사시가 선정된 것입니다. 그가 1998년에 발견한 뇌 속 물질 '오렉신(orexin)'이 28년 만에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상으로 돌아왔습니다.

▲ 2026년 래스커 기초의학연구상 수상자로 선정된 야나기사와 마사시 쓰쿠바대 교수 (2019년 촬영 · ⓒ 일본 문부과학성 대신관방 인사과 '레이와 원년도 문화공로자' / Wikimedia Commons, CC BY 4.0)

31세에 미국으로 건너간 연구자

야나기사와 마사시는 1960년 도쿄에서 태어났습니다. 쓰쿠바대학 대학원을 마치고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놀랍게도 대학원 재학 중이던 1988년에 이미 첫 번째 대발견을 해냅니다. 혈관을 수축시키는 강력한 생리활성 물질 엔도텔린(endothelin)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 성과 하나만으로도 그는 20대에 세계적인 이름을 얻었습니다.

31세이던 1991년, 그는 미국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로 자리를 옮깁니다. 이후 2014년까지 무려 24년 동안 텍사스대 교수와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 연구원을 겸임했습니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 정회원이기도 합니다. 2010년 일본 내각부의 최첨단연구개발지원 프로그램(FIRST)에 선정되면서 쓰쿠바대학에도 연구실을 열었고, 2012년부터는 문부과학성 '세계 최고 수준 연구 거점 프로그램(WPI)'으로 설립된 국제통합수면의과학연구기구(IIIS)의 기구장을 맡고 있습니다.

1998년, 우연히 찾아낸 '깨어 있게 하는 물질'

1998년 텍사스대 연구실에서 그의 팀은 뇌 안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신경펩타이드를 찾아냅니다. 흥미롭게도 처음에는 이 물질이 식욕과 관련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스어로 '식욕'을 뜻하는 orexis에서 따와 오렉신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 때문입니다. 오렉신 A와 오렉신 B 두 종류가 있고, 이들이 결합하는 수용체(OX1R, OX2R)가 뇌에서 특이적으로 발현한다는 사실도 세계 최초로 보고했습니다.

진짜 발견은 이듬해에 찾아왔습니다. 1999년, 연구팀은 오렉신을 만들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결손시킨 생쥐를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야간 활동기 생쥐의 행동을 관찰하다가 예상치 못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이 생쥐들은 활동해야 할 시간에 각성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잠이 토막토막 끊겼으며, 갑자기 온몸의 힘이 풀려 쓰러지는 발작을 반복적으로 일으켰습니다. 사람의 과다수면증, 즉 기면증(나르콜렙시)과 거의 똑같은 증상이었습니다.

식욕 물질인 줄 알았던 오렉신은 사실 '깨어 있는 상태를 붙잡아 두는' 각성 유지 물질이었던 것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동시에 도달한 결론

같은 시기,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에마뉘엘 미뇨(Emmanuel Mignot) 교수는 전혀 다른 경로로 같은 결론에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기면증에 걸린 도베르만 개들을 대상으로 원인 유전자를 추적해 왔고, 마침내 그 원인이 오렉신 수용체 유전자의 돌연변이라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한쪽은 생쥐에서 오렉신이 없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다른 한쪽은 개에서 오렉신 신호가 끊길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각각 증명했습니다. 서로 다른 종, 서로 다른 접근법이 같은 분자를 가리킨 것입니다. 이후 사람 기면증 환자의 뇌척수액에서도 오렉신 농도가 극단적으로 낮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1형 기면증의 원인이 오렉신 신경세포의 소실이라는 것이 정설로 굳어졌습니다.

▲ 야나기사와 교수와 2026년 래스커 기초의학연구상을 공동 수상한 에마뉘엘 미뇨 스탠퍼드대 교수 (2006년 촬영 · ⓒ Emmanuel Mignot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 미뇨 교수가 재직 중인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바이오메디컬 이노베이션스 빌딩 (2022년 5월 촬영 · ⓒ Suiren2022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오렉신 = 하이포크레틴?
같은 물질이지만 이름이 두 개입니다. 야나기사와 팀은 '오렉신(orexin)'으로,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다른 팀은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 나온 세크레틴 유사 물질이라는 뜻으로 '하이포크레틴(hypocretin)'이라 명명했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독립적으로 발견돼 두 이름이 지금까지 함께 쓰이고 있습니다.

기면증은 어떤 병인가

기면증은 단순히 '잠이 많은 병'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네 가지입니다. 밤에 충분히 자도 낮에 견디기 어려운 졸음이 밀려오는 주간 과다졸림, 웃거나 놀라는 등 감정이 격해질 때 갑자기 온몸의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cataplexy), 잠들거나 깰 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수면마비(가위눌림), 그리고 잠들기 직전 생생한 환각을 보는 입면환각입니다.

진단은 밤새 뇌파·안구운동·근전도·호흡을 기록하는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하고, 다음 날 2시간 간격으로 4~5회 낮잠을 재우며 얼마나 빨리 잠드는지 측정하는 다중수면잠복기검사(MSLT)를 함께 진행합니다. 국제수면장애분류 제3판(ICSD-3)에서는 탈력발작을 동반한 기면증의 경우 뇌척수액 내 하이포크레틴-1 농도가 110 pg/mL 이하이거나 정상치의 3분의 1 미만이면 진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야나기사와와 미뇨의 발견이 그대로 국제 진단 기준의 문장이 된 셈입니다.

▲ 수면다원검사를 위해 두피와 얼굴, 가슴에 전극을 부착한 피험자의 모습. 기면증 진단의 표준 절차다 (2009년 7월 촬영 · 참고 이미지 · ⓒ Joe Mabel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28년 만에, 발견이 약이 되다

래스커상 심사위원회가 이번 수상에서 특히 무게를 둔 것은 '발견이 치료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오렉신이 부족해서 병이 생긴다면, 오렉신 신호를 되살려 주면 된다는 발상은 단순하지만 실제 약으로 만들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그 결실이 2026년에 나왔습니다. 일본 다케다약품공업이 개발한 경구용 오렉신 2형 수용체(OX2R) 선택적 작용제 '오베포렉스톤(oveporexton, 개발명 TAK-861)'이 2026년 8월 5일 미국 FDA로부터 성인 1형 기면증 치료제로 승인받은 것입니다. 제품명은 ORZEYFUL. 3상 임상시험 FirstLight와 RadiantLight는 1mg·2mg 1일 2회 투여 모든 용량에서 12주 시점 주요·부차 평가지표를 모두 충족했고,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p<0.001) 개선을 보였습니다.

기존 기면증 약이 졸림이나 탈력발작 같은 개별 증상을 억제하는 데 그쳤다면, 오베포렉스톤은 병의 근본 원인인 오렉신 결핍 자체를 겨냥한 최초의 계열(first-in-class) 치료제입니다. 1998년 텍사스의 실험실에서 시작된 발견이 정확히 28년 만에 환자의 처방전 위에 올라온 것입니다.

▲ 오렉신 작용제 '오베포렉스톤(ORZEYFUL)'을 개발한 다케다약품공업의 도쿄 글로벌 본사 (2019년 3월 촬영 · ⓒ 妖精書士 / Wikimedia Commons, CC0)

일본에서 하루에 4명, 12년 만의 래스커상

이번 발표에서 일본이 화제가 된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날 임상의학 부문 수상자로 주가이제약(中外製薬)의 연구자 3명 — 핫토리 아리히로(66), 이가와 도모유키(49), 기타자와 다케히사(57) — 이 함께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10년이 넘는 연구 끝에 혈액 응고 인자가 부족한 A형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일반명 에미시주맙)'를 개발했습니다. 기존 치료보다 주사 투여 횟수가 훨씬 적어, 전 세계 3만 명 이상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점이 평가받았습니다.

하루에 일본인 4명이 래스커상을 받은 것은 이례적입니다. 일본인 수상은 2014년 소포체 스트레스 반응 연구로 기초의학 부문을 받은 교토대 모리 가즈토시 교수 이후 12년 만입니다. 래스커상은 수상자 상당수가 이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아 '노벨상의 등용문'으로도 불리는데, 일본 언론이 이번 발표를 크게 다룬 배경이기도 합니다.

▲ 야나기사와 교수가 기구장을 맡고 있는 국제통합수면의과학연구기구(IIIS)가 자리한 쓰쿠바대학 캠퍼스의 첨단학제연구동 (2016년 11월 촬영 · ⓒ Masao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잠'은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다

야나기사와 교수는 여러 인터뷰에서 건강한 수면이 건강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아직 왜 자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합니다. 오렉신이 각성을 유지하는 스위치라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잠이 뇌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왜 모든 동물이 목숨을 걸고 무방비 상태로 잠들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입니다. IIIS가 지금도 '수면 욕구의 실체'를 좇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의 경력은 기초 연구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 약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1988년 엔도텔린, 1998년 오렉신 — 10년 간격으로 두 번의 대발견을 한 뒤, 그 발견이 국제 진단 기준이 되고 다시 승인 의약품이 되기까지 다시 30년 가까이가 걸렸습니다. 자수성가형 성공담보다는 긴 호흡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한국에서도 기면증은 결코 드물지 않은 질환입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주요 병원이 기면증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고, 진단 기준과 검사 절차 역시 야나기사와·미뇨의 발견에 기반한 국제 기준을 따릅니다. 낮에 참기 힘든 졸음이 계속되거나 웃을 때 갑자기 힘이 빠지는 경험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수면 전문 클리닉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 사진 안내
본문에 실린 사진은 모두 자유 이용이 가능한 공개 자료이며, 캡션에 촬영 연도를 함께 적었습니다. 기사에서 다루는 2026년 9월 래스커상 발표 시점에 촬영된 현장 사진이 아니므로, 사진 속 인물의 현재 모습이나 시설의 상태는 지금과 다를 수 있습니다.

📘 English Summary

Masashi Yanagisawa, a 66-year-old professor at the University of Tsukuba, topped Japan's real-time search trends on September 10, 2026 after winning the Albert Lasker Basic Medical Research Award. He shares the prize with Stanford's Emmanuel Mignot for identifying orexin, the brain peptide that sustains wakefulness, and for showing that its deficiency causes type 1 narcolepsy. Their work became part of the international diagnostic criteria and led directly to oveporexton (ORZEYFUL), the first-in-class orexin agonist approved by the FDA on August 5, 2026. On the same day, three Chugai Pharmaceutical researchers won the clinical award for developing the hemophilia A drug Hemlibra, making four Japanese laureates in one announc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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