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배우 나카무라 유리 별세, 향년 44세 — 영화 '박치기! LOVE&PEACE'의 경자를 연기한 재일 3세
2026년 9월 15일 | 일본 | 엔터테인먼트
9월 15일 오후, 일본 구글 트렌드 엔터테인먼트 부문 검색어 1위는 '中村ゆり'였다. 검색량 100만 회 이상, 24시간 만에 1,000%가 넘게 치솟은 수치였다. 2위와의 격차가 스무 배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한국 독자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이 배우는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3세이자 한국 국적을 가진 배우, 나카무라 유리(中村ゆり)다.
세상을 떠난 지 13일 만에 전해진 부고
소속사 알파 에이전시(アルファエージェンシー)는 9월 1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배우 나카무라 유리가 9월 1일 직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향년 44세였다.
소속사는 "나카무라 유리가 직장암으로 영면했습니다. 생전에 베풀어 주신 후의에 깊이 감사드리며 삼가 알려 드립니다"라며 "가까운 친족과 당사 소속 배우, 스태프가 함께 장례를 마쳤음을 보고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세상을 떠난 날로부터 13일이 지난 뒤의 발표였고, 별도의 공개 조문 절차는 마련되지 않았다. 마지막은 조용히 하고 싶다는 본인과 가족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일본 언론은 전했다.
발표 직후 일본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와 구글 트렌드가 동시에 움직였다. 대형 스타라기보다는 20년 넘게 꾸준히 화면 한쪽을 지켜 온 배우였던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기보다 당황에 가까웠다. 불과 두 달 전까지 본인이 직접 근황을 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 배우 나카무라 유리, 제35회 도쿄국제영화제 레드카펫 (2022년 10월 촬영 · ⓒ Dick Thomas Johnso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가수 오디션에서 시작된 이름
나카무라 유리의 출발점은 배우가 아니라 가수였다. 1996년 테레비도쿄의 오디션 프로그램 'ASAYAN'이 연 가수 오디션에 합격했고, 친구인 이자와 마리(伊澤真理·활동명 MARI)와 2인조 'YURIMARI(유리마리)'를 결성했다. 1998년 정식 데뷔해 싱글 여섯 장과 앨범 한 장을 냈지만 팀은 1999년 해산했다.
그 뒤 약 3년의 공백기가 있었다. 2003년, 한 영화 프로듀서의 권유로 오디션을 본 것이 계기가 되어 연기로 방향을 틀었다. 같은 해 영화 '우연히도 최악인 소년'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뒤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오가며 경력을 쌓았다. 화려한 신인 시절은 아니었다. 단역과 조연을 오가며 4년을 보냈다.
'박치기! LOVE&PEACE'와 재일 3세라는 뿌리
전환점은 2007년이었다.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의 '박치기! LOVE&PEACE'에서 히로인 이경자(李慶子) 역에 발탁됐다. 2005년 전작 '박치기!'에서 같은 인물을 연기했던 사와지리 에리카가 속편 출연을 고사하면서 비어 있던 자리였다. 1970년대 도쿄를 배경으로 재일 조선인 가족의 삶을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병든 아들을 홀로 키우는 젊은 어머니를 연기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이 연기로 2007년도 전국영련상(全国映連賞) 여우상과 제3회 오사카 시네마 페스티벌 신인상을 받았다. 무명에 가까웠던 배우가 단숨에 이름을 알린 작품이었다.
영화가 개봉한 다음 날, 그는 아사히신문 지면에서 자신이 재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직접 밝혔다. 아버지는 재일 3세, 어머니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본인은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출신을 숨길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굳이 '재일입니다'라고 주장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배우 미나미 가호의 고백과 맞물리면서, 출신을 드러내지 않는 일본 연예계의 관행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 오사카 이쿠노구 코리아타운 미유키도리 입구. 재일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2024년 8월 촬영 · ⓒ Hyppolyte de Saint-Rambert / Wikimedia Commons, CC BY 4.0)
💡 '박치기!' 시리즈란
2005년 1편은 1968년 교토를, 2007년 속편은 1974년 도쿄를 배경으로 재일 조선인 사회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1편은 일본 영화계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고, 속편에서 나카무라 유리가 맡은 이경자는 시리즈의 정서적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다.
무대 '야키니쿠 드래곤'과 신국립극장
2016년 3월, 그는 도쿄 신국립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정의신 작·연출의 '야키니쿠 드래곤(焼肉ドラゴン)'에서 김이화(金梨花) 역이었다. 1970년대 간사이의 재일 조선인 가족이 운영하는 곱창집을 무대로 한 이 작품은 한일 양국에서 공연되며 호평을 받았고, 그는 이듬달 효고현립예술문화센터 공연까지 함께했다.
영화 '박치기'에서 무대 '야키니쿠 드래곤'으로 이어지는 선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그는 자신의 뿌리를 다룬 작품에 반복해서 이름을 올렸다. 2013년 소극장 연극 '국어 시간'에서도 유경자라는 이름의 인물을 연기했다.
▲ 도쿄 신국립극장. '야키니쿠 드래곤' 2016년 공연이 열린 곳이다 (2019년 4월 촬영 · ⓒ 江戸村のとくぞう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조연'에서 서른일곱의 첫 주연까지
2010년대의 나카무라 유리는 이른바 명품 조연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기적'(2011)에서 아오키 선생,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에서 미야자키 쇼코, '태풍이 지나가고'(2016)에서 마나미를 연기했다. 재난 실화를 다룬 '후쿠시마 50'(2020), 미나토 가나에 원작 '모성'(2022), 스기사키 하나 주연 '이치코'(2023), 에구치 노리코와 호흡을 맞춘 '아마롯쿠'(2024)까지 출연작의 결은 넓었다.
2013년에는 에이벡스 매니지먼트에서 알파 에이전시로 소속을 옮겼다. 2015년에는 "너무 아름다운 조연"이라는 표현이 일본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연을 맡는 일은 드물었지만 작품마다 분명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였다.
첫 연속극 주연은 2020년 1월, 서른일곱 살 때였다. BS테레토 '오늘 밤은 ㄷ자로(今夜はコの字で)'에서 아사카 고다이와 더블 주연을 맡았다. 당시 그는 인터뷰에서 "꿈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22년 시즌2로 이어졌다.
2022년에는 이나가키 고로 주연 영화 '창가에서(窓辺にて)'에 아내 이치카와 사에 역으로 출연했다. 이 글에 실린 두 장의 사진은 그해 10월 제35회 도쿄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촬영된 것이다.
▲ 나카무라 유리, 제35회 도쿄국제영화제 레드카펫 (2022년 10월 촬영 · ⓒ Dick Thomas Johnso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마지막 1년 반
2024년에는 마쓰모토 고시로 주연 '오니헤이 한카초 혈투(鬼平犯科帳 血闘)'에서 오마사 역을 맡았고, 넷플릭스 시리즈 '이별의 다음 이야기'에도 출연했다. 2025년 1월에는 후지TV 월9 드라마 '119 이머전시 콜'에 다카치호 이치하 역으로 합류했고, 같은 해 10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익명의 연인들'에서는 오구리 슌, 한효주, 아카니시 진과 호흡을 맞췄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성기에 가까운 일정이었다.
그러나 2025년 1월, 암이 다시 발견됐다. 수술 자체는 성공했지만 수술 뒤 전이가 확인됐다. 2026년 7월 13일 그는 장폐색(腸閉塞)에 걸렸다는 사실을 직접 알리며 2027년 1월 방송 예정이던 NHK 드라마10 '데인저러스(デンジャラス)' 출연에서 물러났다. 복귀를 준비하며 회복에 힘쓰던 중 올해 8월 장폐색이 재발했고, 갑작스럽게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소속사는 전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직장암, 13년에 걸친 싸움
소속사에 따르면 그는 13년 전에도 암을 앓았다. 당시에는 관해 판정을 받고 건강하게 활동을 이어 갔다. 첫 발병에서 마지막까지, 13년에 걸친 싸움이었던 셈이다.
직장암은 결장암과 함께 대장암으로 묶인다. 한국에서도 발생 순위가 높은 암이고, 최근에는 50세 미만 젊은 층의 발병이 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진다. 배변 습관의 변화, 혈변,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반복되는 복통 같은 신호가 나타나면 나이와 상관없이 진료를 받아 보는 편이 낫다. 한국은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국가암검진에서 대장암 검사를 제공한다.
💡 참고
이 단락은 공개 보도된 내용과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나 검진 시기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말
부고가 알려진 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YURIMARI' 시절의 파트너 MARI였다. 35년 지기 친구이기도 한 그는 9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한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떠났습니다"라고 적었다. 두 사람은 2023년 새해에도 "30년 지기 친구"라며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사이였다.
일본 연예계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함께 작업했던 배우와 제작진은 마지막 드라마 현장에서 그가 보여 준 열의를 기억한다고 전했다. 스무 살 무렵 가수로 시작해 스물두 살에 연기로 돌아섰고, 마흔넷에 멈춘 28년이었다.
한국 관객에게 그는 '박치기'의 경자이자, 고레에다 영화 속 어딘가에 반드시 있던 얼굴이었다. 자신의 뿌리를 숨기지도 앞세우지도 않은 채, 그저 계속 연기했던 배우로 기억될 것이다.
🖼️ 사진 안내
본문에 실린 사진은 모두 자유 이용이 가능한 공개 자료이며, 캡션에 촬영 연도를 함께 적었습니다. 2026년 9월 시점에 촬영된 사진이 아니므로 사진 속 장소와 상황은 현재와 다를 수 있습니다.
📘 English Summary
Japanese actress Yuri Nakamura died of rectal cancer on September 1, 2026, at the age of 44. Her agency, Alpha Agency, announced the news on September 14, saying a private funeral had already been held with close relatives and colleagues. A third-generation Zainichi Korean born in Osaka, Nakamura debuted in 1998 as half of the pop duo YURIMARI before turning to acting in 2003. She won a national film critics' award for playing Kyongja in the 2007 film "Break Through! LOVE&PEACE," and publicly acknowledged her Korean heritage the day after its release. She had survived an earlier cancer 13 years ago, but the disease returned in January 2025 and spread after surg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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